[황호택 칼럼]‘망나니 동생’에 큰형 시진핑 뿔났다(동아일보)

중국의 외교정책은 그들의 국가이익 위해 봉사
우리 희망대로 해석하면 실패… 중국외교, 점차 民意중시 추세
북의 거듭되는 핵실험에 ‘나쁜 이웃’ 여론 높아져
김정은 통치자금 마르면, 5월 노동당 7차대회 전후해 북의 태도 변화 가능성

http://news.donga.com/List/Series_70040100000058/3/70040100000058/20160302/76767439/1
황호택 논설주간

담 주변에서 배회하는 도둑에게 집주인이 말했다. “담을 넘어오기만 해봐라. 혼쭐이 날 줄 알라.” 도둑은 날이 어두워지자 담을 훌쩍 넘어 곳간에 침입했다. 집주인이 도둑에게 말했다. “물건을 갖고 나가기만 해봐라. 가만 안 놔두겠다.” 집주인의 위협에 아랑곳없이 도둑은 훔쳐갈 물건을 챙겼다. 담을 넘어 사라지는 도둑의 등 뒤에 대고 집주인은 “다음에 또 오기만 해봐라”고 큰소리를 쳤다.

인터넷에 떠 있는 풍자 글을 필자가 조금 다듬었다. 도둑과 무기력한 집주인의 대비가 북한 핵에 대응하는 한국 미국의 태도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동안 도둑을 감싸던 큰형(중국)도 이번에는 화가 단단히 났는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본보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은 중국에서 북한인 계좌로 입금이나 계좌이체가 막힌 것을 공상(工商)은행 단둥(丹東) 분행에서 확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실행되기도 전에 중국 은행이 북한 관련 거래를 중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특종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그대로 받았다. 북한은 무역의 90%가 중국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제재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속았다’ 같은 비난이 국내에서 쏟아졌다. 지금은 ‘박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섰기 때문에 중국이 이 정도라도 협력하는 것’이라는 상황논리가 오락가락한다. 우리의 희망대로 중국의 외교정책을 해석함으로써 빚어지는 오류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그들의 국가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시보는 2월 15일자 사설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함으로써 중국의 국가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북핵을 저지하고 북의 붕괴도 막는 두 가지 국가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중국도 외교 전략에서 점차 민의(民意)를 중시하는 추세다. 환추시보는 15일자 사설에서 “북한을 ‘몹쓸 이웃(壞隣居)’으로 여기는 중국인의 비율이 60% 정도”라고 지적했다.

류윈산 상무위원이 북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개선 기미가 보이던 북-중 관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은 작년 12월 모란봉 악단의 공연 취소였다. 중국은 배경화면으로 쓰이는 인공위성 발사 장면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은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에서 철수한 지 사흘 만에 수소폭탄 실험 스위치를 눌렀다.

그 뒤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아보려고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평양에 도착한 1월 2일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 망나니짓을 만류하는 큰형을 동생이 면전에서 비웃고 뺨을 때린 격이다.

이번에 미중이 합의해 내놓은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안을 보더라도 중국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가 우리의 힘만으로도 북한을 힘들게 할 수 있는 제재가 꽤 많다. 개성공단 폐쇄는 그 시작이다.

전 세계 북한 식당 130여 곳에서 매년 송금하는 돈은 개성공단 근로자 4만5000명의 인건비에 맞먹는 1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AP통신 기자는 한국 관광객과 주재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중국 최대의 북한 식당 옥류관이 썰렁하다는 취재기를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인력 송출 제재에 반대하고 있지만 두 나라가 아닌 중동이나 몽골 같은 지역은 우리가 외교력으로 개입할 여지가 있다. 한국의 몽골대사관 관계자는 “몽골에 북한 근로자들이 3000명가량 들어와 있는데 북한이 더 받아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몽골 근로자는 3만 명가량. 우리가 이런 지렛대를 활용하면 북한 근로자의 해외 송출도 상당 부분 감축시킬 수 있다.

북한의 외환보유액이 넉넉지 않음은 여러 징후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하나둘 외화 가득원을 죄어나가면 북한은 통치자금이 고갈되면서 안으로 멍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36년 만에 노동당 7차 당대회가 열리는 5월경이면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유엔과 한미일의 독자 대북제재에서 벗어나보려는 시도를 하리라고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김정은이 벼랑 끝 전술을 쓴다고 하지만 정권이 흔들린다고 느끼면 행동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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